먼저 인정할게요. 저는 Cabernet Sauvignon에 일찍, 그리고 아주 세게 빠졌어요. Cabernet이 여전히 주연을 맡고 있는 칠레에서 자랐으니 피할 도리가 없었죠. 그 뒤로 오랫동안, 이 품종이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방식에 매료됐어요. ‘Cabernet은 이런 맛이어야 한다’는 해석이 지역마다 다르거든요. 보르도에서 호주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함께 떠날 준비가 됐다면 잔을 채우고 편히 앉으세요.
두 품종의 만남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UC Davis의 현대 DNA 연구는 Cabernet Sauvignon이 레드 품종인 Cabernet Franc과 화이트 품종인 Sauvignon Blanc의 교배로 태어났다는 걸 확인했어요. 1600년대 초 보르도에서 일어난 일이고요. 두꺼운 껍질과 늦게 익는 습성은 보르도의 자갈 토양과 해양성 기후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고, 그렇게 만들어진 보르도 와인은 결국 세계 품질의 기준이 됐죠.
‘레드 품종의 왕’이라 불리기도 해요. 20세기 대부분 동안 지구에서 가장 널리 심긴 프리미엄 레드 품종이었으니까요. 1990년대에 Merlot이 잠깐 왕관을 빼앗아 갔지만, 2015년 무렵 Cabernet이 정상을 되찾았어요.
칠레, 제 Cabernet 사랑이 뿌리내린 곳
이 품종은 19세기 초 프랑스 농학자 미셸 에메 푸요를 통해 칠레에 들어왔고, 마울레 밸리에 처음 심겼어요. 상업 와인이 나온 건 1860년대고요. 안데스와 태평양 사이에 낀 길고 좁은 지형 덕분에 칠레의 재배자들은 해안의 안개부터 고지대 산기슭까지 무엇이든 활용해요. 따뜻한 구역에선 잘 익은 과실 중심의 Cabernet이 나오고, 진한 블랙 체리가 중심을 잡아요. 서늘하고 높은 곳에선 구조감과 생기 있는 산미, 그리고 보르도를 떠올리게 하는 은은한 허브의 결이 드러나고요. 칠레가 구대륙과 신대륙 스타일을 잇는 방식이 참 좋아요. 든든한 과실에 짭짤한 피망이나 담배의 힌트가 얹히거든요.
보르도, 기준을 세우다
메독의 자갈 토양은 배수가 탁월해서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내리게 만들어요. 좋은 빈티지에는 수십 년을 견디는 와인이 나오죠. 단단한 타닌에 감싸인 검은 과실, 상징과도 같은 시더와 흑연, 그리고 시간과 함께 자라나는 은은한 흙내음. 코르크를 너무 일찍 열면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10년이나 20년을 기다리면 담배와 가죽, 그리고 아득한 깊이를 품은 세련되고 층층한 와인을 만나게 돼요. 이곳에서 Cabernet 단일 품종 병입은 드물어요. 보르도는 블렌딩의 땅이니까요. 그래도 이 지역의 숙성 잠재력이라는 명성을 떠받치는 뼈대는 여전히 Cabernet이에요.
나파, 햇살과 호사 (아니면 ‘비쌈’이라고 할까요)
나파 Cabernet은 첫 모금 전에 이미 각오가 서요. 크고 진하고 포근하다는 각오요. 농축된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와 자두, 그리고 제가 ‘케이크 같다’고 부르는 촘촘한 초콜릿. 가장 좋은 것들은 라바 케이크를 가르는 순간 같은 질감을 지녔어요. 서늘한 밤과 태평양의 안개가 이 와인이 시럽으로 변하는 걸 막아 주고요. 게다가 한 가지 얼굴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월 마운틴이나 마운트 비더에서 오는 구조감 있는 산악 와인, 러더퍼드와 오크빌에서 오는 둥근 클래식(달콤한 담배와 마른 흙의 향), 더 서늘한 쿰스빌에서 오는 신선하고 미네랄이 선 와인까지.
그런데 제가 힘들어하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가격이요. 나파는 ‘캘리포니아 컬트’ Cabernet의 진원지가 됐고, 어떤 라벨은 한 병에 수천 달러를 받아요. $300 이상을 쓴다면 그 값을 온전히 해내는 와인이길 바라요. 절반이 브랜드 값인 트로피 병 말고요. 그래서 저는 가격만큼, 혹은 그 이상을 해내는 생산자를 주로 쫓아다녀요.
컬럼비아 밸리의 조용한 힘
워싱턴 주가 바로 떠오르진 않겠지만, 컬럼비아 밸리는 Cabernet을 사랑하는 사람의 지도에 반드시 자리를 얻어요. 캐스케이드 산맥이 막아 주는 덕에 여름은 건조하고 따뜻하고, 밤은 극적으로 서늘해져서 산미가 지켜져요. 진한 검은 과실이 생기와 균형을 이루고, 때로는 민트나 유칼립투스의 힌트에 먼지 같은 미네랄의 끝맛이 따라와요. 구대륙과 신대륙의 아름다운 중간 지점이에요.
호주, 뛰어난 두 산지 이야기
쿠나와라는 세계에서 가장 개성 있는 Cabernet 테루아 중 하나예요. 그 유명한 terra rossa 토양 덕분이죠. 다공질 석회암 위에 얹힌 철분 가득한 새빨간 표토요. 대담한 블랙커런트와 카시스, 단단한 타닌, 그리고 자생 식물에서 비롯된 민트나 유칼립투스의 알아보기 쉬운 결이 있어요. 서쪽 해안의 마가렛 리버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에요. 바다가 기후를 눅여 주어 천천히 익고, 더 우아하고 섬세하죠. 붉은 과실과 검은 과실에 월계수 잎, 말린 허브, 그리고 흑연의 터치. 보르도의 현대적이고 볕 좋은 해석에 가까워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담한 반란
Cabernet은 이미 1944년에 볼게리의 Tenuta San Guido에 심겼지만, 이탈리아 와인계를 뒤집어 놓은 건 Sassicaia의 1968년 빈티지(1971년 출시)였어요. 이탈리아의 경직된 등급 체계는 이 획기적인 와인들에게 초라한 ‘vino da tavola’ 라벨을 붙게 했어요. 법적으로 평범한 테이블 와인과 같은 취급이었죠. IGT Toscana 등급이 생긴 건 1992년이 되어서였고, 볼게리는 2년 뒤에야 자체 DOC를 얻었어요. 따뜻한 해안의 볕이 잘 익은 과실을 주고, 한 줄기 산미가 신선함을 지키고, 로즈메리와 월계수 잎과 마른 타임과 먼지 같은 흙내음이 토스카나 Cabernet을 확실하게 이탈리아적으로 만들어요. 숙성될수록 더 그렇고요.
남아공 스텔렌보스,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Cabernet 산지?
지중해성 기후, 폴스 베이에서 불어와 생육 기간을 늘려 주는 바닷바람, 그리고 다채로운 토양. 섬세함과 미네랄리티를 주는 화강암, 깊이를 주는 셰일, 부드러움을 주는 사암까지요. 그 결과는 진한 블랙커런트와 자두, 단단한 타닌, 그리고 시더와 연필심과 흑연의 짭짤한 결. 보르도 좌안이 곧바로 떠오르는 맛인데, 캘리포니아를 연상시키는 볕에 익은 과실의 넉넉함까지 얹혀 있어요. 보르도의 구조에 나파의 농익음, 게다가 믿기 힘든 가격. 와인 세계에서 가장 잘 숨겨진 비밀 중 하나예요.
1976년 파리의 심판, 판을 바꾼 한 번의 시음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프랑스 최상급 와인과 캘리포니아의 신인들을 맞붙였어요.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며 레드 부문 최고점을 받은 건 1973년 Stag’s Leap Wine Cellars S.L.V. Estate Cabernet Sauvignon이었죠. 이름난 보르도 샤토들을 제친 결과였고, 와인계의 전제를 영원히 다시 썼어요. 위대함을 독점한 지역은 없다는 걸 보여 줬고, 칠레와 호주와 남아공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을 증명할 문을 열어 줬어요.
블렌딩, 모두를 이끄는 하나의 품종
Cabernet은 혼자서도 빛나지만 블렌드에서 진가를 발휘해요. 고전적인 보르도 공식(Merlot, Cabernet Franc, Petit Verdot, Malbec)도, Syrah나 Carménère와 맺는 신대륙의 창의적인 인연도 그렇고요. Cabernet은 타닌과 구조와 짙은 색을 더하는 뼈대예요. 다른 품종들은 부드러움과 향의 산뜻함, 혹은 과실을 더 얹어 주고요. 와인계로 치면 훌륭한 앙상블 캐스팅인 셈이죠.
자꾸 손이 가는 이유
온갖 기후에서 자라면서도 늘 테루아를 드러내요. 그 지역의 이야기가 맛으로 읽혀요.
입문자도 Cabernet Sauvignon은 알아봐요. 마음 편한 선택이죠.
이 타닌과 산미는 스테이크부터 구운 채소 요리까지 다 좋아해요.
잘 만든 Cabernet은 몇 년이고 쉬면서 층층하고 세련되고 깊은 무언가로 자라요.
잘 만든 Cabernet을 13°C 언저리의 안정적인 환경에 두면, 어린 시절의 과실 폭발이 말린 과일과 담배의 힌트, 그리고 짭짤한 복합미로 익어 가요. 마침내 코르크를 열었다면 잠깐 숨 쉴 시간을 주세요. 시간이 모서리를 다듬어 벨벳 같은 끝맛으로 바꿔 놓는 걸 보게 될 거예요.
“여러 산지의 Cabernet을 몇 병 열어 나란히 맛보세요. 이 품종이 얼마나 유연한지 그 자리에서 보여요.”